시청앞 과일상점

Colors of spring

김정언

2024. 3. 15. - 4. 12

작가노트

스팽글은 순간의 빛을 집약해서 발산하는 소재로, 스팽글로 감싸인 피사체에는 세상 의 모든 색이 담겨진다. 빛으로 세상의 모든 색을 정착해서 보여주는 사진의 은입자 와 닮아 있다.
스팽글을 덧붙여 만들어진 사진이미지는 고유의 색으로 표현되는 피사체와 빛에 따라 변화하는 순간의 빛깔을 발산하는 피사체가 공존하며 의미의 겹을 쌓아간다.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 나는,,,,
모형사과에 스팽글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날의 내가,,,
형형색색 사과에 투영되었다.
색의 빛깔을 찾아가는,,,
매일의 여정이,,,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하나하나 365개의 스팽글 사과가 모였다. 4월 어느 봄날 시청역 과일상점을 연다.

반짝임의 디테일

큐레이팅 홍지연

서로 평행하게 이어지는 색상의 선과 띠를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 운 형태를 감각하게 된다. 작고 반짝이는 금속 디스크 스팽글은 빛을 머금고 반사하 며 반짝이는 효과를 내어 움직임과 깊이감을 더해준다. 촘촘하게 맞붙은 스팽글이 만 들어 놓은 선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 조각 하나하나가 만들어 놓은 흔적은 전체의 형상이 만든 거대한 이미지보다 더 크게 와 닿는다. 다니엘 아라스의 말처럼 전체의 의미망을 벗어나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부분인 디테일 자체가 전체보 다 더 큰 힘을 가지는 것은 시각예술이 문학이나 음악에게 가지는 특징이나 우월성일 것이다. 어떤 작품을 계속 보도록 만드는 것은 통일적인 의미망으로 포섭되지 않아 언어화되지 않고 끈질기게 남아있는 부분이다.

김정언 작가는 오브제에 스팽글을 붙여 그것이 가지고 있었던 이전의 의미와는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형태를 가진 대상에 작은 스팽글을 촘촘히 붙여내어 여러 색의 반 짝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은 한 점의 작품을 구상해서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 이 필요하다. 그가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버려지는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 기 위해서였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양동이에 새로운 의미를 담고자 아름다운 색 의 스팽글을 입힌 작업을 했고, 이것을 시작으로 버려지는 병이나 음식물의 모형에 스팽글을 사용해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쨍하고 화려한 색보다는 일부러 한 톤 다운 된 색을 사용하여 버려지는 용도였던 오브제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 을 보고 있으면 반짝이는 그것이 원래 폐기되기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빛을 받아 오브제가 반짝이는 것이 마치 물비늘처럼 보인다. 잔잔한 물결이 햇 살에 비치어 어른거리는 물고기 비늘같이 반짝이는 물비늘은 시각적 이미지와 별개로 비늘이란 단어 때문에 비린내 혹은 미끈거리는 표피와 같은 감각이 동시에 스친다. 작가의 스팽글에서도 시각적 감각뿐 아니라 피부로 가칠하게 다가오는 촉각적 감각이 함께 느껴진다.

이번 전시 《시청앞 과일 상점》에서는 사과 작업을 선보인다. 하루에 한 개 사과를 먹 는 작가는 하루에 한 개의 스팽글 사과를 만든다. 그날의 감정과 일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 각양각색의 사과는 저마다의 반짝임을 통해 각자의 존재 의미를 만든다.